판소리는 한국의 전통적 공연예술로서 세계적인 각광을 받으면서, 그 공연의 증진과 함께 학술적 조명이 심화되고 있다. 여기서 그 판소리의 전통과 실상, 그 위상이 제대로 조명되면서 이 판소리 중고제(中古制)의 실체가 그 윤곽을 드러내게 되었다. 실제로 중고제는 판소리의 형성·전개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중심적 위치를 점유하여 왔다. 그것은 원형적 강창예술의 계통을 잇고 형성기의 고제를 이어 받아 판소리의 전형을 이루어 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중고제는 기호·충청지역을 기반으로 중고적 예술문화와 함께 유통되면서, 호남·전라지역의 예술적 풍토 위에 이른바 동편제와 서편제를 성립·발전시켰던 것이다. 그런데도 중고제는 전통성과 보수성으로 하여 시대적 조류에 둔감하고, 청중의 취향에 영합하지 못한 데다, 동편제 내지 서편제의 성세에 밀리어 은퇴의 처지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여 왔던 터다. 이에 사계의 일부 학자와 실연자들이 중고제의 중요성과 가치를 재인식하고 미력이나마 그 연창을 복원·계승하며 학술적 조명에 최선을 다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