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슐러 K. 르 귄 걸작선」 제4권 『내해의 어부』. 판타지와 리얼리즘의 경계를 뛰어넘어 문학의 미래를 제시한 작가 어슐러 K. 르 귄의 중후기 대표 단편집이다. 1980년대와 1990년 초반까지의 작품들을 모아 엮은 것으로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남녀의 권력관계부터 시작해 저자의 주 무대인 헤인을 배경으로 시간의 역설을 탐구한 작품들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원숙한 작가로서의 역량이 돋보이는 여덟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같은 시간 같은 인물에 대한 완전히 다르면서 완전히 진실인 두 이야기가 가능한지 탐구하는 표제작 《내해의 어부》를 비롯해 인간의 이성이 잠들었을 때 깨어날 괴물에 대한 섬뜩한 예언을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그려 보이는 《뉴턴의 잠》, 인간의 가죽으로 만든 소리 없는 악기를 통해 짧지만 강력한 초혼곡을 들려주는 《케라스천》 등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