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한 편의 소설이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살만 루슈디가 『한밤의 아이들』로 부커상을 수상한 후 5년 동안 공들여 쓴, 25만 단어로 이루어진 장편소설 『악마의 시』였다. 전체 9부 구성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꿈과 현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슬람교의 기원, 현대 인도와 영국 대도시의 풍경, 이민자들의 비루한 삶을 정교하고도 아름답게 구현해냈다. 1988년 휫브레드 최우수 소설상을 받았고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작품성을 인정받는 한편, “신성모독” 논란과 이슬람의 거센 반발이 일었다.

이슬람교를 연상케 하는 가상의 종교가 탄생하는 과정에서, 경전에 기록된 예언자의 말의 절대성에 의구심을 표하는 듯한 대목 때문이었다. 여기에 예언자의 열두 아내의 이름을 가명으로 쓰는 창부들을 등장시킨 것도 문제가 되었다. 『악마의 시』는 루슈디의 고국 인도에서 가장 먼저 금서로 지정된다. 이어 1989년, 당시 이란-이라크 전쟁의 여파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이란의 지도자 호메이니는 내란을 잠재우기 위해 이 책을 “이슬람에 대한 모독”으로 규정해 작가를 처단하라는 종교 칙령(파트와)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슬람교와 예언자 무함마드와 쿠란을 모독한 ‘악마의 시’의 작가에게, 그리고 이 책의 내용을 알면서도 출판에 관여한 모든 자에게 사형을 선고합니다. 어디서든 그자들을 발견하는 즉시 처단하기를 모든 무슬림에게 촉구합니다.”

이어 각국의 서점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하고, 이탈리아어 번역가가 중상을 입고 일본어 번역가가 살해되는 테러가 잇달았다. 루슈디는 영국 정부의 보호 아래 ‘조지프 앤턴’이라는 가명으로 긴 도피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동시에 작가 루슈디는 “이야기할 자유”를 되찾기 위해 분투한다. 꾸준히 작품을 쓰고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2022년 8월, 전 세계는 그의 투쟁이 현재진행형임을 일깨우는 사건을 마주하고 경악하며 다시금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고 나섰다.

“이야기에 대한 통제권을 누가 가져야 옳은가? (...) 그 권리는 만인의 것이며 마땅히 만인의 것이어야 한다. 누구나 자유롭게 거대서사를 비판하고 논쟁하고 풍자할 수 있어야 한다. (…) 경건하든 불경스럽든, 열광적이든 냉소적이든. 그것은 열린 사회의 구성원인 우리 모두의 권리다. 우리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되풀이할 수 있을 때, 그렇게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 사회가 정말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다.”

출간된 지 삼십 년 넘게 흐른 지금까지도 논란의 작품으로 남은『악마의 시』를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으로 새로이 선보인다. 살만 루슈디의 『분노』 번역으로 제2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했고, 『한밤의 아이들』 『2년 8개월 28일 밤』『조지프 앤턴』(공역)까지 살만 루슈디의 작품을 꾸준히 번역해온 전문 번역가 김진준이 작가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담아 오래전 자신의 번역을 손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