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제인 오스틴의 팬이라면 열광할 만한 소식이 있다. 남녀의 사회적 차별에 반대하며 여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제인 오스틴의 의지를 우리말로 제대로 옮겨낸 『설득』 출간 소식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설득〉의 공개 소식이다.
지금까지 많은 번역본이 있었지만, 영어에는 없는 남녀의 존·하대 표현을 상황에 맞는 평등한 어조로 살려낸 판본은 없었다. 제인 오스틴이 그려내고자 했던 ‘평등한 눈으로 마주 본 남녀의 이야기’를 살려낸 이번 판본에서는 지금까지 틀에 매인 듯 표현되던 ‘앤 엘리엇’의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 주체적인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제인 오스틴의 마지막 소설 『설득』은 이전에 발표한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두 남녀의 엇갈린 운명과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들이 어떻게 만나 사랑을 키웠고 어떤 풍파를 만나 이별의 아픔을 겪었는지, 오랜 시간을 돌고 돌아 다시 만나게 되었는지 이야기하는 오스틴의 붓끝은 날카롭기 그지없다. 단순한 연애사의 굴곡을 그려내는 대신, 과연 ‘결혼’과 ‘행복’이 등식으로 성립할 수 있는 문제인지 원론적인 지점부터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스틴의 고민은 주인공 ‘앤 엘리엇’에 투영되어 작품에 드러난다. 앤은 이루지 못한 첫사랑에 가슴 아파하면서도 행복한 삶을 위한 선택지가 결혼이 되어야 하는 여자의 삶이, 더 나아가 물질주의가 우선되는 허세 가득한 결혼 관습이 과연 옳은 것인지 집요하게 묻는다.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파혼당한 ‘웬트워스’는 부와 명예를 얻어 금의환향한 뒤 최고의 신랑감으로 부상한다. 그를 대하는 인물들의 태도 변화를 아이러니하게 그려내는 오스틴은 남자 역시 왜곡된 결혼 관습의 피해자임으로 보여준다.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숱한 영화와 드라마에서 재생산되고 있는 『설득』은 연애와 결혼이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좁게는 개인의 자아 발견과 독립을, 넓게는 남녀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는 중립적인 시각으로 당대를 바라보며 시대를 초월한 문학의 힘을 보여준다. 인간 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기조로 한 서사는 절대 한 시대에 갇히지 않는 법이다.